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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감독 꿈 펼치는 할리우드 한인 차세대

“운석이 떨어진 걸 기념하는 소행성의 날 행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선명한 색감이 특징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출연한 한인 배우 이든 조시 이(이훈의·23·사진)는 많은 한인이 영화를 보러 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제트팩을 발명하는 천재 리키 조를 연기하며 하늘을 나는 모습으로 포스터에서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이 배우는 “어렸을 적부터 존경했던 감독과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꿈을 이뤘다”라며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을 받은 것에서 시작해 끝내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상에서 직접 발명한 제트팩을 메고 화씨 100도가 넘는 촬영 현장에서 30피트 이상 높이에서 공중부양하기도 했다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전했다.   이 배우는 9살 때부터 ‘사우스랜드’라는 범죄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이후 드라마 글리, 미스터 로빈슨, 더 미들 등에 출연하면서 꾸준히 배우 커리어를 쌓고 있다.   특히 그는 2019년에는 10대들의 관점에서 청소년의 마약 사용 이야기를 전하는 ‘니코틴(Nicoteen)’이라는 단편 다큐멘터리를 감독하기도 했다.     이 배우는 LA에서 나고 자랐으며 스탠퍼드 대학에서 정치학과 국제안보학 전공으로 이달 졸업 예정이다.     한편, 애스터로이드 시티는1955년 가상의 사막 마을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운석이 떨어지며 혼란이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톰 행크스, 스칼렛 요한슨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오는 23일 개봉한다. 영화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으로 초청되기도 했다. 김예진 기자 kim.yejin3@koreadaily.com할리우드 차세대 한인 배우 할리우드 한인 배우 커리어

2023-06-20

할리우드서 활약 한인들도 LA폭동 행사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한인 모임이 4·29 LA폭동을 되새기는 특별행사를 연다. 주최 측은 할리우드 영향력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한인사회가 겪은 폭동 피해와 아픔을 알릴 계획이다.   ‘할리우드 한인 리더그룹(Korean Americans Leaders in Hollywood)’은 5월 1일 오후 5시 LA한인타운 인터크루(3330 Wilshire Blvd, LA)에서 ‘LA폭동 30주년-LA스토리 사이구’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 정치인, 영화배우 등 13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1992년 4월 29일 시작된 폭동은 LA에 큰 충격을 줬고 특히 한인사회에는 잊을 수 없는 아픔과 피해를 남겼다”며 “사이구(SAI-I-GU)라는 말에는 한인사회가 당시 비극을 잊지 말자는 뜻이 담겼다. 아메리칸드림이 한순간에 무너진 한인사회 아픔을 되짚고 치유하고자 행사를 준비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행사는 5월 1일 오후 4시30분 레드카펫을 시작으로 초청연사 5명이 4·29 LA폭동을 기억하는 기조연설에 나선다. 기조연설자인 메릴린 스트릭랜드 연방 하원의원,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김영완 LA총영사, 영화배우 존 조와 윌 윤 리는 폭동의 역사와 현재, 한인사회 미래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기조연설이 끝난 뒤에는 한인 코미디언 6명이 무대에 올라 특별공연도 선보인다.     특히 주최 측은 LA폭동이 남긴 한인사회 트라우마에 집중할 예정이다. 폭동으로 가족 단위로 운영하던 한인 업소 2000곳 이상이 약탈과 방화로 피해를 봤다. 한인사회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치유하지 못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KALH 스테이시 유씨는 “LA폭동이 한인사회에 어떤 아픔이었지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며 “존 조 배우는 당시 LA에서 폭동을 직접 겪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시애틀에서 폭동을 접하고 훗날 연방의원이 됐다. 각자의 시점으로 우리 생각을 나누고 과거 기억과 치유 방법,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KALH는 지난 2019년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활동 중인 한인 60여 명이 뭉쳐 발족했다. 회원 상당수가 영화와 연예계 고위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LA폭동 30주년-LA스토리 사이구 행사 참석 희망자는 웹사이트(www.eventbrite.com/e/la-stories-sa-i-gu-event-tickets-269302981467)로 예약하면 된다. 김형재 기자할리우드 la폭동 할리우드 한인 한인사회 트라우마 한인사회가 당시

2022-04-26

할리우드 옥석 가리는 '한인여성 파워'…에이전트 테레사 강

"한국과 할리우드를 연결시키는 다리가 되겠습니다." 영상문화산업의 세계 중심지 할리우드에 20대 한인여성 에이전트가 맹활약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유명 탤런트 에이전시 엔데버(Endeavor)에서 에이전트로 근무 중인 테레사 강(28.여)씨. 엔데버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비롯해 배우 애덤 샌들러와 할리우드 데뷰작 '지아이 조(G.I. Joe)'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병헌 등 총 3000명의 연예인들이 소속돼 있는 미국 5대 에이전시 중 하나다. 영화 '추격자'의 할리우드판 리메이크와 이병헌의 할리우드 진출 모두 이 회사가 만들어 낸 작품이며 강씨도 적지않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명의 에이전트가 활동 중인 이곳에서 유일한 한인인 그는 감독 배우 작가 등 30명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에이전트의 역할은 한마디로 '팩키징(packaging)'입니다. 제작사의 요구에 따라 작품에 맞는 감독 작가 배우를 선별해 섭외하는 게 주된 업무입니다. 영화촬영을 위한 인적요소를 구성하는 것이죠." 강씨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리는 예비스타들 중 옥석을 가려 스타로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한 달에 50명이 넘습니다. 가끔 신인이라도 꿈과 비젼이 있다면 과감하게 발탁 하기도 하죠. 한 무명 감독에게 올 겨울 개봉하는 8000만 달러짜리 작품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그는 최근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한국영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뜸한다. "한국영화를 리메이크 하려는 제작사들이 급증하며 한인 배우들을 스카웃 하려는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과 관련된 작품 10여 개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구요." 에이전트는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최소 3~4년간 에이전트 보조로 일을 해야하며 25명 정원인 에이전트 준비과정에 선발돼야 한다. 그뒤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베테랑 에이전트들 앞에서 발표하는 테스트를 거쳐 1년에 겨우 한 두명만 합격된다 2001년 UCLA에서 인류학과와 동양학을 복수전공한 그는 어릴 적 비디오 대여업을 하던 부모 강창호(62).이미경(58)씨의 영향을 받아 에이전트가 됐다고 밝혔다. 아버지 강씨는 현재 한국 및 아시안 영화를 미국에 수입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 부녀가 모두 한류전파에 힘쓰고 있는 셈이다. "한류를 할리우드에 더 많이 전파하고 훗날 멋진 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부모님께 배운 근면 성실함으로 승부하면 성공할 거라 믿습니다." 신승우 기자 gowest@koreadaily.com

2008-07-21

[테마 진단] 김지하, 할리우드 그리고 LA

지난 5월 우리 회사는 IT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융합을 선도하는 '디지털 할리우드'라는 최정상급 컨퍼런스에서 최초로 한국을 소개하는 행사를 출범시켰다. 한국 콘텐츠와 IT 기업들의 할리우드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행사를 실현시키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이 컨퍼런스에서 특정 국가 이름을 내건 것을 행사 15년 이래 처음이기 때문에 코리아라는 브랜드에 손색없는 내용이어야 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을 비롯해 미 굴지의 영화.방송.통신사들의 중역급이 대거 참석하는 컨퍼런스에 이들과 견줄만한 인사들을 초청하기 위해선 상당한 예산이 필요했는데 후원처가 되기로 했던 한국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난항을 겪었다. 작년 가을 행사 주관사의 빅터 하우드 대표에게서 한국 관련 행사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기까지 5여년간 이 컨퍼런스에 발품을 팔며 공을 들여온 나로서는 중대한 고비였다. 재정 지원이 없으니 이번은 포기하고 다음으로 미루자고 해야할 것인가. 그 때 영국정부 산하의 콘텐츠 육성기관 SEM의 페건 소장이 올 초 인도와 중국을 다녀오면서 한 지인에게 들려준 소감이 생각났다. "인도는 인프라가 너무 부족해 공동사업을 수행하기 불가능해 보였고 중국은 마치 혁명전야에 있는 나라 같다. 정치적으로 불안해 보여 중국과도 사업을 하고 싶지 않다"라고. 나는 "때는 지금이다. 더 늦춰선 안된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동시에 재작년 LA를 방문한 시인 김지하 선생의 말씀이 생각났다. UCLA 한국학 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선생은 '신문명에의 예감'이라는 심상치 않은 화두를 던졌다. 한국의 정신문화와 미국의 과학체계를 창조적인 파트너십으로 결합시킬 때 새로운 문명이 창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할리우드를 연결시키는 일을 해오면서도 한편으로는 할리우드라는 공룡 시스템의 배만 더 불리게 하는 건 아닌지 하는 갈등했던 나에게 선생의 예지는 어둠 속의 빛줄기처럼 소명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줄기차게 뛰었다. '디지털 혁명'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통용시켰다는 빅터 대표에게 "21세기 디지털 문명을 선도하는 한국은 12세기 금속활자 발명 14세기 훈민정음 창제 등 장구한 전통의 디지털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할리우드와 코리아를 접목시킬 때 당신은 디지털 르네상스의 창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서 코리아 세션을 만들어 보자는 제의가 온 것이다. 21세기 새 천년이 시작되면서 다수의 언론은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 특히 놀라운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세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CHINA와 INDIA를 합성한 CHINDIA라는 말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나 21세기가 CHINDIA가 아닌 한국과 미국의 합성어인 KORUS의 시대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 한인들이 얼마만큼 큰 꿈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가에 달렸다고 본다. 김지하 선생의 말대로 만약 우리들이 한국의 콘텐츠와 미국 시스템의 장점을 조화롭게 결합시키는 창조적 연결자의 역할을 한다면 말이다. 그러기에 LA한인들의 시대적 사명은 막중하다. 올 10월 말 '디지털 할리우드' 한국 행사에서는 김지하 선생의 기조연설을 기획하고 있다. 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2008-06-13

'에미상' 한인감독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한국가서 만들겠다'

에미상 출신의 한인 감독이 한인 프로듀서와 손잡고 할리우드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2005년 에미상을 수상한 김승은 총감독(33)과 비디오.애니메이션 제작을 두루 섭렵한 프로듀서 크리스 이씨. 이들이 만들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끈 힙합 스타일의 만화 '블록헤즈(Blok Hedz)'를 원작으로 한 장편 영화로 한인이 미국에서 장편 만화를 제작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총 제작비 1800만 달러가 소요되는 '블록헤즈'는 이미 배급사도 결정된 상태로 2009년 상영을 목표로 한창 제작 중이다. 두 사람의 포부가 남다른 것은 메인 프로덕션 작업을 한국에서 하고 있기 때문.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은 프리.메인.포스트 프로덕션으로 구분되는데 스토리 텔링과 사운드 효과 등 후반 편집을 제외한 메인 작업 전과정을 한국에서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인해 파급되는 영향은 마치 '디워'를 심형래 감독이 만들면서 한국 영화계가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을 습득한 것과 유사하다. 김승은 감독은 "한국은 애니메이션 기술로는 세계 최고지만 독립된 제작 노하우가 없어 미국의 하청업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시스템이 문제"라며 "메인 프로덕션 대부분을 한국에서 제작하게 되면 많은 노하우와 기술을 전수해 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6년 소니 픽처스에서 처음 일하게 된 김 감독은 2001년 재키 챈 어드벤처스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는 등 초고속 승진 끝에 2003년 워너브라더스로 자리를 옮겨 TV시리즈용 배트맨 감독을 맡으며 이 작품으로 2005년 애니매이션 부문 에미상을 수상했다. 다시 소니 픽처스로 돌아간 김 감독은 인기만화 '분닥스'의 애니메이션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프로듀서 크리스 이씨는 한국의 첫 비디오 게임인 '버추얼 디프 시' 개발에 참여했으며 이후 10여편에 달하는 비디오 게임을 제작했다. 또 2006년 애니메이션 스쿨 'ARI'를 세운 그는 실무 인력을 육성과 함께 '블록헤즈' 영화 제작은 물론 해외 마케팅까지 겸하고 있다. 한편 김승은 감독은 샌디에이고의 팔로마대에서 조각을 전공했으며 프로듀서 크리스 이씨는 미국 유수의 테마파크와 호텔을 설계하던 건축가 출신이다. 최상태 기자 stchoi@koreadaily.com

2008-04-04

동양 여성 차별하는 할리우드의 편견 깨겠다

할리우드 영화배우이자 극작가인 에스더 채(한국이름 채경주·사진)씨는 두 개의 이름과 정체성이 자랑스럽다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어와 영어 모두가 모국어인 ‘이중언어 사용자’이며, 두 나라의 문화에 모두 익숙하다. 채씨는 미 서부 오레곤 주에서 태어났지만 5살 이후 부모를 따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았다. 고려대 불어불문과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 드라마 스쿨에서 예술학 석사(MFA)를, 미시간대에서 장학금을 받아가며 1년 반 만에 문학석사를 각각 받았다. 조지 클루니 등이 출연해 큰 성공을 거둔 TV시리즈 ‘ER’ 등에서 조연급으로 얼굴을 내밀었고, 유명한 캠벨 수프 등의 광고에도 출연했다. 호평받는 극작가이자 연극배우이기도 하다. 아시아스타상 미국부문 수상자로 상을 받기 위해 한국에 온 채씨를 만났다. 아시아스타상은 한국모델협회와 서울시·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이 주는 것으로, 지난달 18일 수상식이 열렸다. 장나라씨 등도 수상했다. 이력을 보니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다. 먼저, 왜 불문학인지 물어봤다.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하니까 뭔가 다른 언어를 배우고 싶었어요.” 그의 부모는 딸이 문학교수가 되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배우의 길을 걷게 됐을까?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고 싶은 게 너무도 많았어요. 10대 초반에 결심했죠. 짧은 인생이지만 배우를 하면서 여러 인생을 살아보겠다고요.” 이런 결심에는 교포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도 한몫했다. “사실 어렸을 때 많이 외로웠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말도 못하고, 친구도 없고. 미국으로 돌아가면 저는 한국인이고… 어디를 가나 이방인이었죠. 항상 저는 한발 떨어져서 관찰자의 시각을 유지해야 했어요. 정식 일원이 아니었던 거죠. 이런 상황이 오히려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켰어요. 거시적 생각을 잘하지 못하는 미국인과는 달리 세계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큰 생각을 할 수 있는 힘도 생겼죠.” 미국 주류 영화·연극계에서 일하는 동안 아시아계 여성에게는 주인공의 역할을 내주지 않는 벽을 실감했다. “제가 동양여자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의 데스데모나 역을 못 주겠다는 미국인이 있었어요. 그래서 받아쳤죠. 그럼 당신은 덴마크계가 아니니까 덴마크 왕자인 햄릿은 절대로 못하겠다고요.” 사실 그의 꿈은 동양인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벽을 넘어 ‘햄릿’과 같은 주요 작품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것이 꿈이다. “사실 할리우드 같은 곳에서 성공을 추구하려면 인맥과 배경이 제일 중요하더군요. 동양 여성이라는 편견과도 싸워야 하고…” 그러나 그런 벽을 넘어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넓혀갔다. 방한 직전까지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큰 극장이라는 마크테이퍼포럼에서 모노드라마 ‘So the Arrow Flies(그리하여 화살은 날아간다)’를 공연했다. 극본을 직접 쓴 것은 물론, 네 명의 등장인물을 혼자 소화했으며, 제작비도 직접 댔다. 1인 6역이다. 북한 여배우가 남한으로 내려와 정보기관에서 간첩으로 암약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계 미국인 FBI 요원의 추격을 받는다는 독특한 줄거리다. 한국어와 영어에 모두 능통한 그에겐 글쓰기 작업이 매우 흥미롭고 소중하다.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제가 영어로 쓰는 글을 더욱 시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돼요. 예를 들어 영어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고 표현하면 미국인들이 매우 재미있어 하거든요.” 그러면서 “한국이라는 뿌리로 인해 더욱 서사적이고 역사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그리하여 화살은 날아간다’를 인디영화로도, 나아가 각색을 거쳐 한국에서도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샌드라 오와 같은 동료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희망도 밝혔다. 예일대와 뉴욕 등지에서 배우 지망생을 상대로 강의도 하고 있다. 한국계, 아니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좀 더 입지를 넓혀 지금처럼 조연으로 머물 것이 아니라 주연급을 당당히 따내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꿈이다. “호연지기를 가진 후배들이 많이 나와 청출어람이 됐으면 좋겠네요.” 글=전수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2008-02-05

'한국 스타 할리우드 진출 돕겠다' 하버드 출신 한인 이지호 감독

앤디 가르시아, 케빈 베이컨,포레스트 휘태커,줄리 델피,새라 미셀 겔러. 이름만 들어도 숨이 차버리는 할리우드의 스타들. 이들이 모두 총 출연하는 영화‘내가 숨쉬는 공기(The Air I breath)’가 오는 25일 미 동·서부에서 개봉한다. 이 영화의 감독은 다름아닌 한인 2세 이지호 감독. 이 감독은 미주 한인들보다 한국 내에서 더 유명세를 탄 감독이다. 지난 2000년 선댄스 영화제 단편영화 부문에 ‘동화(A Nursery Tale)’를 출품한 이래 이적, 이승철, 백지영,스페이스 A등 한국의 유명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를 찍으며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다. 작년 동갑내기 탤런트 김민과 결혼 하면서 언론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본보는 이 감독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그의 영화세계를 들여다봤다. -하버드 대학교 경영 대학원 석사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왜 감독이 됐나? “조금 진부한 대답이긴 하지만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 뭐랄까 학교에 다니고 있을떄도, 직장(삼성 영상 사업부)에 다니고 있을 때도 항상 가슴 한구석에 ‘영화’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대학원 진학은 미래를 걱정 하는 부모님과 맺은 일종의 ‘딜’이었다.(웃음) 그러나 경영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거기서 나는 비즈니스의 기술은 물론 가장 중요한 ‘처세술’을 배웠다.” -작품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인간의 삶을 4가지 감정으로 다루는 행복, 쾌락, 슬픔, 사랑 등 4가지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친다. 경마에 인생을 거는 사업가, 미래를 꿈꾸는 깡패, 조직폭력단 보스에게 희생당하는 팝스타, 사랑을 찾는 의사 등 등장인물들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그렸다. 그중 ‘애’를 ‘사랑’의 의미로 바꾸었다.” -호화 캐스팅으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다. 단편영화 한편을 연출했을 뿐인 신인감독으로서 어떻게 그 일이 가능했나? “영화에는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포리스트 휘태커를 비롯, 연기파 앤디 가르시아, 케빈 베이컨, 블록버스터 ‘미이라’시리즈의 주인공 브랜든 프레이저, 청춘스타 새러 미셸 겔러,‘비포 선라이즈’의 줄리 델피,‘스피드 레이서’의 신세대 스타 에밀 허시 한국계 배우 존 조도 등장한다. 특별한 비법은 없었다. 그저 캐스팅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뛰어난 시나리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스타들 과의 인터뷰는 정말 힘들었다. 특히 신인 감독과는 절대 일하지 않는 케빈 베이컨과, 인터뷰 내내 내 얼굴에 시가 연기를 뿜어내던 앤디 가르시아를 잊을 수 없다.” - 앞 으로의 계획은? “계획 이라기 보단 소중한 꿈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의 스타들을 할리우드에 진출하도록 돕는 일이다. 내 자신이 더 영향력이 있는 감독이 되어 그들은 내 영화에 출현 시키던, 중개자 역할을 해서 타 영화에 출현 시키던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고 싶다. 한국의 영화감독들과 배우들은‘정말로(매우 힘주어 강조했다)’ 뛰어난 인재들이다. 발판만 마련된다면 할리우드에서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언어적 제한이나 자본의 미비함등을 장애물로 지적하지만 그것은 당장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영화계 전체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하는 문제고 나도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 황준민 기자

2008-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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